스타가 대중문화의 핵심적인 제도라면 또 하나의 핵심적 요소는 팬이다. 스타는 팬이라는 집단을 존재의 기반으로 한다. 즉, 팬이 없으면 스타도 없다. 스타와 팬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스타의 일방적인 권력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팬 역시 권력을 행사한다. 팬은 결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 적극적이고 능동성이 있는 집단이 팬클럽이다. 그리고 팬 가운데 좀 더 강한 정보 욕구를 가지고 좀 더 능동적으로 문화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마니아들이다. 최근 들어 팬 집단의 관리는 점점 필수적이고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스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팬클럽을 형성 했지만, 요즘은 스타가 소속된 기획사에서 팬클럽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집단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의미이다. 팬클럽은 문화시장에서 독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들은 대중문화 전반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된 것이다.
팬은 누구인가
대량생산되어 대중적으로 전파된 문화 생산물의 레퍼토리 가운데 특정한 연기자나 연주가 혹은 특정 텍스트를 선택해 자신의 문화 속에 수용하는 사람들을 팬이라고 부른다. 흔한 대중문화의 수용자들을 막연히 팬이라고 부르지만,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기의 취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팬이라 할 수 있다. 스타덤은 스타라는 제도와 그 제도를 성립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기반, 스타로서의 의식 등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개념이다. 팬덤은 팬이라는 형상과 팬으로서의 의식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팬덤이라는 현상은 주변적인 문화에서 많이 나타난다. 즉, 대중음악,할리우드 영화, 로맨스 소설,만화,스포츠 같은 분야, 흔히 예술적 가치가 크지 않다고 주장되는 분야에서 나타난다. 팬은 주변적이고 무력한 집단에서 많이 나타난다. 남성보단 여성, 성인보단 청소년, 상류층보단 하류층에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팬은 어리석은 문화중독자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사회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스타에게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존재, 그렇게 함으로써 문화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해 조작되고 동원되는 무력한 존재라는 식으로 인식되어왔다. 이러한 인식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대중문화에 대한 엘리트주의적 시각이 그것이다.
2. 팬클럽의 현황과 활동
팬클럽은 주로 10대와 20대의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이 세대가 대중문화 수용에 가장 적극적이며 문화산업이 청소년층을 주요 판매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연예인 팬클럽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이다. 팝가수와 조용필등 팬클럽이 많았는데 일종의 동호인 성격의 자발적 모임이였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CD, 뮤직비디오 등 새로운 문화상품을 수용하고 좀 더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10대 중심의 적극적인 팬클럽이 등장했고 1990년대 들어서면서 팬클럽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는 스타시스템의 전략과 밀접히 관련된다. 문화산업은 스타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팬클럽을 조직하고 이용한다. 최근 팬클럽의 중심은 10대 소녀들이라 할 수 있다. 팬클럽은 소녀들을 위한 하위문화의 성격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다. 기획사 입장에서 팬클럽은 스타 시스템의 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
3.팬덤과 팬클럽의 문화적 기능
청소년층의 팬덤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그들이 처한 삶의 조건과 연관하여 이해될 수 있다.억압적인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에서 청소년들에게 여타의 자율적 문화활동이나 공간은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그들에게 대중문화는 가장 좋은 탈출구가 된다. 청소년들은 자신에게 현재 실현되기 어려운 욕망을 대중 스타들의 그런 모습과 동일시함으로써 간접적이고 상징적인 방식으로 충족하고 싶은 것이다. 팬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자신들의 취향과 선택을 다른사람들과 차별화하고 싶어 하는 데 있다. 그것은 동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자신들을 동일시하는 심리와 통한다
4.마니아의 두 측면: 능동적 문화주체 혹은 소비의 귀족주의
마니아는 대중문화라는 영역에서 생산자 측이 일방적인 권력을 누리던 상황에서 수용자 대중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으로 변화하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대중이 일방적으로 수동적인 소비자의 처지에만 머물지 않고 나름대로의 주체적인 의지와 시각으로 문화를 선택하고 수용하는 주체로 변화하면서 그 가운데 좀 더 적극적인 수용 주체로서 팬과 마니아 집단이 출현한 것이다. 말하자면 마니아는 일단 문화적 민주화의 산물이며 또 주체적 대중집단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마니아들은 매우 배타적이며 독선적이다. 그들은 자신이 갖고있는 문화에 대한 애정과 정보를 과신하며 그래서 다른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5. 적극적 수용자이자 생산자로서의 마니아
의식적이고 진정성을 가진 마니아 집단은 스스로 축적한 문화자본을 토대로 기존 문화산업의 틀을 벗어난 문화실천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가 숨 쉴 수 있는 가능성을 키워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자신의 취향에 대한 단편적 지식을 과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산업 구조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토대로 능동적 문화실천을 행하는 마니아 집단은 우리 대중문화의 다양성과 진정한 문화적 민주주의의 확대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